[사설] 글로벌 혁신·경쟁 흐름 못 따라가는 공정위 '독점 잣대'

입력 2020-12-28 17:47   수정 2020-12-29 00:14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배민) 인수를 DH가 소유한 요기요를 매각하란 조건을 달아 승인한 것은 글로벌 혁신경쟁 시대에 독점 기준 논란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공정위는 어제 DH가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민을 인수하려면 2위 업체인 요기요를 6개월 안에 팔라고 명령했다. 배달앱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9.2%에 달하는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 음식점, 배달원 등의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DH는 일단 공정위 결정을 수용해 요기요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결정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년간 두 배 이상 성장할 정도로 역동적인 배달앱 시장의 독점 여부를 현재의 점유율 합산 수치만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다. 국내 배달앱 시장에선 쿠팡이츠와 같은 신규 서비스의 최근 한 달간 다운로드가 배민의 두 배, 요기요의 세 배였다. 네이버 등 다른 사업자들이 배달앱 진출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2009년 G마켓과 옥션의 합병 당시에도 독과점 논란이 제기됐지만 불과 수년 만에 후발주자인 네이버쇼핑과 쿠팡에 따라잡힌 선례도 있다.

또 DH의 배민 인수는 국내 스타트업의 새로운 해외 진출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DH와 결합해 싱가포르에 합작회사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고 아시아 11개국 배달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이 합작회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맡을 예정이다. 공정위가 이번 인수·합병을 심사하면서 스타트업의 이런 해외 진출 시도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독점 방지는 소비자 후생을 위한 공정위의 핵심기능이자 고유 업무다. 하지만 공정위의 ‘독점 잣대’가 과연 시대 흐름에 맞는지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영역에서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고 글로벌 경쟁이 당연시되는 마당에 공정위의 독점 판단기준은 과거와 같아서도, ‘우물 안 개구리’ 식이어서도 안 된다. 역동적인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독점 기준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할 때다. 공정위는 소비자 후생을 진정으로 증대하는 길이 무엇인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의 걸림돌’이란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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